1.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출산
4월, 40주보다 5주나 일찍 양수가 터졌다.
양수가 터지면 그 순간 양수인줄 어떻게 하나 무심코 지나가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는데
양수가 새니 바로 양수인줄 알겠더라.
이런 순간을 한 번이라도, 조금이라도 생각이나 상상해봤더라면 훨씬 더 침착하게 대응했을텐데
나는 오히려 아기가 40주가 넘어서도 안나오면 어떻게 하나(왜 이런 걱정을?) 걱정했기 때문에
정말 양수가 터졌을 때 어떻게 해야할지 알지 못했다.
1-1. 그 날 새벽의 기록
새벽 2시가 넘어서였나. 희한하게 둘 다 그날은 잠도 안자고 침대에서 뒤척뒤척하던 중이었는데
오른쪽으로 돌아누으니 어쩐지 가득이가 불편해하는 것 같이 배가 불편하길래
다시 왼쪽으로 돌아누으려는데 뭔가 새는 느낌이 났다.
생리를 안 한지가 너무 오래되어 오랜만에 느끼는 느낌.. 어? 하며 일어나니 남편도 깜짝.
불 켤까 남편이 말할 때까지도 심각성을 인지 못한 나는 일어나며 아니 화장실 가볼게.
그러고 일어났더니 양수가 툭툭 떨어졌다.
아.. 병원 가야겠다. 바로 패드를 하고 차를 탔다.
1-2. 병원 너무하다 너무해
다니는 산부인과는 일반 병원이라 36주 이전 산모는 받아주지 않는다.
평소에 이 병원에서 자주 연계하는 대학병원이 생각나서 그 쪽으로 갔다.
(지금 생각하니 멍청한 짓. 그냥 119를 불렀어야했는데. 정말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낮았네ㅠ)
겨우겨우 가서 응급실 안으로 걸어들어갔는데
(이 때 얼마나 많은 양수가 샜는지.. 씨..)
당직의인지 간호산지 뭔지 산모를 받지 않으니 119를 부르라고 했다.
나 같으면... 119를 부를지라도 산모부터 좀 눕히겠지만 병원 사람들은 다른가보다.
항상 그 책임인지 뭔지 그걸 질까봐 걱정하는게 문제다.
그 길로 119를 불러서 배드에 누웠는데 받아주는 병원이 없는지 병원 앞 구급차에서 한참 대기했다.
진통도 없고 그저 양수만 새는 상황. 그리고 무한대기.
***나중에 찾아보니 양수 터졌을 때는 119부르고 배드에서 옆으로 누워서 가만히 있는게 양수가 젤 덜 샌답니다.
1-3. 출산 병원으로
겨우 받아준 병원 응급실로 내원.
기억 나는 것은.. 도착해서 가슴사진 찍고, 피검사하고.. 등등 원래대로면 다음 정기진료 분만 전 검사 때 해야했던
검사들을 한 것 같다.
다행히 산부인과 교수님이 계셔서 교수님 초음파 보고 균검사도 한 것 같다.
초음파 결과는 양수가 거의 남아있지 않다고 했다. 아기 주변으로 조금의 양수만 남아있는...ㅜㅜ
이 때부터는 정말 가득이 걱정만 했다. 가득이가 불편하면 어쩌나.....잘못되면 어쩌나...
아기 심박수 체크하는 거 배에 붙여뒀는데 수술 기다리는 내내 그 소리로 안정을 찾았다.
교수님이 유도분만할래 수술할래하셨는데 유도분만은 성공했다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어서
가뜩이나 힘든 가득이가 더 힘들 것 같아서 수술한다고 했다.
다음날 오전 첫 타임으로 제왕절개하기로.
1-4. 출산
수술 대기 중에 진통이 왔는데 허리로 왔다.
정말 너무 아파서 뭐라 할 말 없이 줄줄줄 울었다.
대체 사람들은..자연분만 어떻게 하는거지..?
이후로는 잔잔한 진통이 이어졌다.
수술실로 남편과 떨어져서 가면서 불안하고 무서웠는지 구역질이 났다.
토할 것 같다고 간호사한테 말했는데 수술실 간호사한테 전달해준다더니 안해줬다.
수술 전 결국 토했는데 나보고 왜 미리 말 안했냐고 했다.
말 했는데.. 이 때는 반박할 기운도 없어서 그냥 아무 말 안함.
수술실에 들어간 이후로는 나는 그냥 사람이 아니라 몸뚱이였다. 참말로 즈그들 마음대로 하더구만..
마취과 선생님이 너무 친절하셔서 겁먹지 말라고 옆에서 말씀해주셨다.
지금 생각하니 참 감사하다.
가득이 울음소리 들으려고 하반신 마취 선택했고 하고 나니 수술실 안에서는 마취가 젤 아픔.
마취하고 난 후로는 5분이나 걸렸을까. 베이비 아웃 하더니 가득이가 나왔다.
가득이 나오는데 어찌나 내 배를 이렇게 저렇게 후루룩휘리릭 손으로 벌리고 휘젓고 난리법석.
어쨌거나 우리 가득이 얼마나 화난 울음으로 우는지 진짜 화난줄 알았다.
1-5. 우리 가득이와의 만남
가득이는 포대기에 쌓여 내 앞으로 왔는데 동그랗고 하얀 얼굴만 정말 동그랗게 포대기 밖으로 보였다.
뭐라 말할지는 모르겠고 말은 해야겠고....
가득아 가득아 불렀더니 눈을 떴다.(다만 팅팅 불어서 눈 앞쪽만 떠짐ㅋㅋㅋㅋ)
간호사분들이 어머 눈뜬다 눈뜬다 하시며 웃으신게 기억남.
1-6. 후처치
재워드릴까요? 했는데 잠들면 못깰까봐 아니요 하고 꼿꼿이 수술실에서 눈뜨고 있었다.
ㅋㅋㅋㅋㅋ 의사들이 내 몸뚱이 아래를 이렇게 저렇게 하는데 눈 뜨고 수술실 천장 보고 있었음.
천장에 혹시 내 배가 비치는 부분이 있을까 찾아봤지만 없었다.
회복실에 나와서도ㅋㅋㅋ 마취가 안깨면 어떻게 하지 걱정하면서 발가락 계속 움직이려고 애씀.
오른쪽 발가락은 움직여지고 왼쪽은 안됨.
1-7. 남편과의 상봉
다시 병실로 돌아오니 남편이 있었다.
티비나 인터넷에서 본 것 처럼 뭔가 감동적이라거나....... 그런 건 없었다.
그냥 남편이 있었다.
ㅋㅋㅋㅋㅋ 회복 기간 중 병원에서 남편은 정신건강을 위해서만 필요하고
몸건강에는 별로 도움이 안되는 듯.
워낙에 병원 간호사샘들이 잘 챙겨주셨다. 그래서 남편은 병원에서 쪽잠잔거 말고는 고생 안한듯?
1-8. 밥밥 비라랍
언젠가어디선가 제왕은 출산하고 밥 못먹어서 배고프다 그랬었는데.
난 왜 밥 먹었지? 최근엔 바뀌었나보다.
밥먹으니 얼마나 좋은지. 병원밥 끼니마다 해주고 맛도 좋고 너무너무너무 좋았음.
ㅋㅋㅋ자궁 수축 풀려서 하혈하기 전까지는.. 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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